유진 클라크 — ‘상어 여사’, 편견을 깬 어류학자 다이버

2026년 10월 18일

·

✦ 핵심 요약

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다이버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유진 클라크는 60년 경력 동안 상어와 함께 잠수하며 편견을 뒤집었다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결론부터. 유진 클라크(Eugenie Clark, 1922~2015)는 상어를 단지 ‘공포의 대상’으로 보던 시대에 상어의 지능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공포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 어류학자·다이버였습니다. 컬럼비아 대학원 입학을 성별을 이유로 거절당하면서도 NYU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55년 플로리다에 케이프 헤이즈 해양연구소(현 모트 해양연구소·수족관)를 창립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홍해를 탐사해 새 어종 300여 종을 수집하고, 멕시코 유카탄 해저 동굴에서 ‘잠자는 상어’를 발견해 상어의 호흡 방식에 대한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70회 이상의 잠수정 탐사, 200회 이상의 국제 현지조사, 마지막 다이빙은 92세. 그의 삶은 과학계에서 여성과 아시아계가 보이지 않던 시대에 쌓아 올린 가장 구체적인 반박이었습니다.

열 살짜리 소녀가 뉴욕 수족관 유리 앞에 멈춰 섰습니다.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것을 보며 그 아이는 무서워하는 대신 궁금해졌습니다. “저 상어는 무엇을 느끼는 걸까? 얼마나 영리한 걸까?” 어머니의 일본계 혈통에서 물려받은 바다에 대한 경외, 그리고 매주 수족관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훗날 유진 클라크를 만들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상어와 함께 잠수하며, 동시에 과학계가 여성과 아시아계에게 치던 눈에 보이지 않는 벽들을 하나씩 허물었습니다.

편견 속에서 시작된 과학자의 길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성별을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한 클라크는 NYU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세계 최고의 상어 연구자가 됐다 · Wikimedia Commons · Bsteinitz (CC BY-SA 4.0)

1922년 5월 4일 뉴욕에서 태어난 유진 클라크는 일본계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수족관 가판대에서 일했고, 주말마다 딸을 데리고 아메리칸 자연사박물관과 뉴욕 수족관을 찾았습니다. 클라크는 훗날 그 시간을 “내 인생의 방향이 정해진 순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헌터 칼리지에서 동물학 학사(1942)를 마친 클라크는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학과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성은 결혼하면 연구를 그만두게 된다.” 입학을 거절당한 클라크는 뉴욕 대학교(NYU)로 방향을 틀어 1946년 석사, 1950년 동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수십 년 뒤 그의 이름은 전 세계 해양생물학 교과서에 실렸지만, 컬럼비아는 그 이름 옆에 없었습니다. 클라크는 거절당한 그 경험을 자신의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홍해에서 발견한 것들 — 풀브라이트 장학생의 탐사

홍해에서 어류를 연구하는 수중 장면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클라크는 홍해에서 약 300종의 어류를 수집하고 여러 신종을 기재하며 어류학의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박사 학위를 마친 클라크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자격으로 이집트 알가르다카(Al-Ghardaqah) 해양생물연구소에서 홍해를 탐사했습니다. 당시 홍해는 어류학 측면에서 거의 미개척지였습니다. 클라크는 약 300종의 어류 표본을 수집하고, 그중 여러 신종을 기재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담은 첫 번째 저서 Lady with a Spear(창을 든 여인, 1953)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책이 인연이 되어 앤·윌리엄 밴더빌트 부부가 클라크의 다음 꿈에 자금을 대게 됩니다.

홍해에서 클라크가 발견한 생물 중 하나는 훗날 그의 가장 유명한 과학적 기여 중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홍해에 사는 납서대 일종인 모세 혀가자미(Moses sole, Pardachirus marmoratus)가 피부에서 상어를 쫓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물질—파르닥신(pardaxin)—은 이후 상어와 인간의 위험한 조우를 줄이기 위한 천연 상어 기피제 연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모트 해양연구소 창립 — 상어 연구의 거점

수조에서 행동을 연구 중인 상어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클라크는 레몬상어를 대상으로 목표물 학습 실험을 수행해 상어가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1955년, 유진 클라크는 플로리다주 플라시다(Placida)에 케이프 헤이즈 해양연구소(Cape Haze Marine Laboratory)를 설립했습니다. 시작은 작았습니다. 클라크 본인과 현지 어부 베릴 채드윅 한 명,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소박한 연구소는 머지않아 25개 연구 프로그램과 교육 부서, 공개 수족관을 갖춘 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1967년 사라소타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꾼 모트 해양연구소(Mote Marine Laboratory & Aquarium)는 오늘날에도 상어 연구, 산호초 복원, 해양 포유류 보호 등의 분야를 이끄는 기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클라크가 연구소에서 가장 힘을 쏟은 분야 중 하나는 상어의 지능이었습니다. 당시 과학자 대다수는 상어를 단순한 포식 기계로 보았습니다. 클라크는 레몬상어를 대상으로 목표물을 누르면 먹이를 주는 실험을 설계했고, 상어가 이를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어는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학계에서 논쟁을 일으켰지만, 이후 연구들은 반복적으로 이를 확인했습니다.

잠자는 상어 — 유카탄의 발견

어두운 수중 동굴을 탐사하는 다이버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멕시코 유카탄 해저 동굴에서 클라크는 정지 상태로 떠 있는 상어를 발견해 상어 호흡 메커니즘의 통념을 뒤집었다

상어는 멈추면 죽는다? — 통념을 깬 잠수

1970년대, 클라크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 해안의 해저 동굴 탐사에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백상아리와 유사한 종류인 카리브안 상어들이 동굴 안에 반쯤 멈춰 떠 있었습니다. 당시의 통설은 “상어는 물을 계속 통과시키기 위해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클라크는 이 ‘잠자는 상어(sleeping sharks)’가 동굴 안의 용존 산소 농도나 환경적 조건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상어의 호흡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열었습니다.

고래상어와 함께한 마지막 탐사들

80대에 접어든 뒤에도 클라크의 잠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연안에서 고래상어와 함께 잠수하며 거동 패턴과 무리 형성 행동을 연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다이빙은 2014년, 그의 나이 92세 때였습니다. 언론이 “놀랍지 않냐”고 묻자 클라크는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나는 그냥 계속 잠수했을 뿐입니다.”

수치로 보는 유진 클라크의 생애

항목수치·내용출처
생애1922년 5월 4일~2015년 2월 25일 (향년 92세)NOAA / National Geographic
박사 학위1950년 NYU 동물학 박사 (Columbia 거절 후 NYU 진학)Mote Marine / Densho
홍해 탐사 수집약 300종의 어류 표본 수집, 신종 다수 기재NOAA / Smithsonian Ocean
모트 해양연구소 창립1955년 케이프 헤이즈 해양연구소로 설립 (플로리다)Mote Marine Laboratory
잠수정 탐사70회 이상의 심해 잠수정 다이브, 200회 이상의 국제 현지조사Densho / Smithsonian Ocean
마지막 다이빙2014년, 92세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고래상어 연구)National Geographic

편견의 언어와 싸운 과학자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다이버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80대에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 고래상어와 함께 잠수한 클라크의 마지막 다이빙은 92세였다

클라크가 과학계에서 직면한 장벽은 단지 컬럼비아 대학원의 거절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 일본계에 대한 적대 감정이 극에 달했고, 클라크는 동시에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수업에서 유일한 동양계, 현장에서 유일한 여성인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일부 동료와 기관은 그의 연구를 처음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클라크의 전략은 논쟁이 아니었습니다. 더 많은 잠수, 더 철저한 실험, 더 많은 논문이었습니다. 그는 National Geographic에 기고하며 대중을 직접 설득했고, 강연을 통해 전 세계에 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파했습니다. 1975년 여성지리학자협회(Society of Woman Geographers) 금메달, 1987년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NOGI 과학상 등 그가 받은 수상 목록은 그 싸움의 기록입니다. 2015년 2월 25일, 그는 자택 플로리다에서 92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습니다.

오올블루의 시선 — 상어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의 이유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기록과 탐험의 여정으로 봅니다. 유진 클라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용감함’이 아닙니다. 그는 무모하게 상어에게 뛰어든 것이 아니라, 상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앎이 두려움을 덜어낸 것입니다.

수중에서 상어를 마주할 때 다이버가 느끼는 경이로움과 긴장감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클라크가 평생을 걸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상어는 공포의 이름이 아니라 생태계의 이름이며, 그 존재를 이해하는 만큼 바다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 오올블루는 그 시선으로 바다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이 여러분과 함께이기를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진 클라크가 ‘상어 여사(Shark Lady)’로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어의 지능과 행동을 연구하며 상어 공포 편견에 맞선 공로, 수십 년간의 상어 잠수 연구가 종합적으로 알려지면서 언론과 동료 과학자들이 자연스럽게 붙여준 별칭입니다. 클라크 본인은 이 별명보다 ‘어류학자(ichthyologist)’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상어가 지능이 있다는 것을 클라크는 어떻게 증명했나요?

케이프 헤이즈 연구소에서 레몬상어를 대상으로 목표물(타깃)을 누르면 먹이를 제공하는 조건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상어들은 이 과정을 학습했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기억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결과였으며, 이후 상어 지능 연구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잠자는 상어’ 발견은 왜 중요한가요?

당시 통설은 “상어는 움직임을 멈추면 질식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클라크가 멕시코 유카탄의 해저 동굴에서 거의 정지한 상태로 머무는 상어들을 발견하면서, 특정 환경에서 상어의 호흡 메커니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이는 상어 생물학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진했습니다.

모트 해양연구소는 지금도 운영되나요?

네. 1955년 클라크가 창립한 케이프 헤이즈 해양연구소는 1967년 모트 해양연구소·수족관(Mote Marine Laboratory & Aquarium)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플로리다 사라소타에서 운영됩니다. 상어 연구 외에도 산호초 복원, 해양 포유류, 해양 바이오메디컬 연구 등 2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역사를 기록하는 여정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탐험이자 기억의 방식으로 봅니다. 당신의 다음 수중 이야기를 함께 시작하세요.

참고 자료

  • NOAA Ocean Service. Dr. Eugenie Clark (1922–2015). oceanservice.noaa.gov
  • Mote Marine Laboratory & Aquarium. Dr. Eugenie “Genie” Clark (1922–2015). mote.org
  • Mote Marine Laboratory. Remembering Mote’s “Shark Lady”: The Life and Legacy of Dr. Eugenie Clark. mote.org
  • National Geographic. ‘Shark Lady’ Eugenie Clark, Famed Marine Biologist, Has Died. 2015. nationalgeographic.com
  • Smithsonian Ocean. Eugenie Clark — The Shark Lady. ocean.si.edu
  • Densho Encyclopedia. Eugenie Clark Swam with Sharks and Blazed a Path for Women in Science. densho.org
  • National Marine Sanctuary Foundation. Celebrating Wave Makers: Dr. Eugenie Clark “The Shark Lady”. marinesanctuary.org

※ 본 글은 정보·교양 목적의 콘텐츠이며, 해양생물학 연구 현장과 다이빙은 반드시 전문 교육·자격·현지 안내자의 지도 아래 진행해야 합니다.


MORE STORIES

다른 글도 살펴보세요

바다 이야기

실비아 얼 — 바다를 대변하는 다이버 과학자

실비아 얼(Sylvia Earle, 1935~)은 단순한 다이버가 아닙니다. 7,000시간 이상을 수중에서 보낸 해양생물학자이자, 1970년 최초 여성 수중 거주팀을 이끌었고, 1979년 JIM 슈트를 입고 381m 해저를 홀로 걸은 기록 보유자입니다. 1990년에는 미국 해양
2026.09.18
홍해 산호초와 열대어 군락 수중 사진 — Photo by Atlantic Ambience via Pexels (무료 사용)
다이브 포인트

독일 다이버가 좋아하는 다이빙 포인트 TOP 6 — 홍해 렉·몰디브·지중해

티슬고름 난파선의 오토바이, 라스 모하메드의 연산호 절벽, 브라더스 제도의 귀상어, 몰디브 마아야 티라의 나이트 다이빙까지 — 역사를 읽는 독일 다이버의 선택.
2026.09.16
해양생물도감

스파이니 랍스터(흰줄닭새우·Panulirus versicolor) 완벽 도감 — 인도-태평양 산호초의 화려한 야행성 갑각류

스파이니 랍스터(Panulirus versicolor)는 흑청색 가로줄무늬와 파란·흰 대촉각이 인상적인 인도-태평양의 대표 갑각류입니다. 최대 40cm까지 자라며 수심 15m 이내 산호초에 서식하고, IUCN 관심대상(LC)으로 현재 비교적 안정한 개체군을 유지합니다. 야행성이라 나이트 다이빙에서 만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2026.09.14

당신의 다음 바다는 어디인가요?

기록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다시 새로운 바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