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프숲이 사라진다 — 바다의 열대우림, 성게와 온난화 앞에 무너지다

2026년 9월 23일

·

✦ 핵심 요약

햇빛이 스며드는 켈프숲 속을 유영하는 다이버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햇살이 캐노피를 뚫고 내려오는 켈프숲 — 바다의 열대우림이 지금 사라지고 있다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결론부터. 켈프(다시마류)가 만드는 수중 숲은 지구 해양 생물다양성의 핵심 기둥입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켈프숲의 40~60%가 훼손됐고, 캘리포니아 북부와 태즈메이니아 같은 곳에서는 95%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성게 대발생과 해양 온난화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켈프숲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약 5,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숲을 잃으면 바다도, 우리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수심 10m 아래로 내려가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45m까지 치솟는 거대한 켈프 줄기들이 초록빛 기둥을 이루고, 캐노피 사이로 햇빛이 굵은 빛줄기로 쏟아집니다. 바닷물이 천천히 흔들어 주는 리듬에 맞춰 켈프 잎이 춤추고, 그 사이로 록피시, 문어, 바다사자가 스쳐 지납니다. 켈프숲 다이빙은 스쿠버다이버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험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숲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가 함께 만들어 낸 이 소멸 앞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켈프숲이란 무엇인가 — 바다의 열대우림

햇살이 스며드는 켈프숲 캐노피와 물고기 떼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켈프 캐노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 바다의 열대우림이 품은 생명력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켈프(kelp)는 갈조류에 속하는 대형 해조류의 총칭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Macrocystis pyrifera(자이언트 켈프)는 하루 최대 60cm씩 자라며, 한 시즌 안에 45m를 넘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자이언트 켈프의 기체 방울이 들어찬 부엽(기낭)이 줄기를 수직으로 세우면, 수십 미터 높이의 3차원 생태 구조물이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물 하나가 1,000종이 넘는 생물의 서식지가 됩니다. 캐노피는 빛을 걸러 수온을 낮추고, 줄기는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하며, 바닥에 쌓인 엽상체 파편은 분해자들의 밥상이 됩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2023년 연구는 전 세계 켈프숲이 연간 약 491만 톤의 탄소를 격리하고, 헥타르당 연간 904kg의 생물량을 생산하며, 657kg의 질소를 제거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4,650억~5,620억 달러에 이릅니다. ‘바다의 열대우림’이라는 별명은 수사가 아닙니다.

무엇이 켈프숲을 무너뜨리는가

수중 붉은 성게 클로즈업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성게 — 켈프의 홀드패스트를 갉아 숲을 황폐지(성게 배런)로 만드는 초식자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켈프숲은 복잡한 먹이 사슬 위에서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숲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주범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성게 대발생 — 성게 배런(urchin barren)의 탄생

성게는 켈프의 홀드패스트(바위에 붙는 뿌리 역할 부위)를 갉아 먹는 초식자입니다. 정상적인 생태계에서는 해달, 선플라워 불가사리 같은 포식자가 성게 밀도를 억제합니다. 그러나 남획과 질병이 이 포식자들을 지워버렸을 때, 성게는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2013년 미국 서부 해안을 강타한 불가사리 소모성 질병(sea star wasting disease)은 선플라워 불가사리를 거의 멸종 수준으로 몰아냈습니다. 포식자를 잃은 성게 개체군은 바위 틈에서 나와 켈프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켈프가 사라진 자리에는 성게만 가득한 황무지, 이른바 ‘성게 배런(urchin barren)’이 남습니다.

성게 배런이 무서운 이유는 자기 강화(self-reinforcing) 특성 때문입니다. 성게는 먹이가 없어도 최소한의 대사 상태로 수년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켈프가 돌아와도 새 포자가 착상하기 전에 성게가 먹어치우면 숲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한 번 성게 배런이 되면 자연적으로 돌아오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해양 온난화 — 켈프에게 치명적인 열

자이언트 켈프는 수온 12~17도 범위에서 최적으로 성장하며, 18~25도 이상이 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습니다. 2014~2016년 미국 서부 해안에 발생한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는 수온을 평균보다 최대 6도나 끌어올렸습니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영양분이 풍부한 차가운 심층수의 용승(upwelling)을 막아, 켈프가 자라는 데 필요한 질산염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영양 결핍과 고온 스트레스가 겹치자 켈프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기후 모델들은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이런 열파가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태즈메이니아 동부에서는 이미 20세기 이후 켈프 군락의 95% 이상이 사라졌으며, 이것이 수온 상승과 직접 연관됨이 여러 연구로 확인됐습니다.

현황 — 숫자로 보는 소멸

2016년 PNAS에 발표된 연구(Krumhansl et al.)는 세계 켈프숲의 절반 세기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복잡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연간 약 1.8%씩 감소하고 있으며, 자료가 있는 생태 지역의 38%에서 뚜렷한 감소가 확인됐습니다. 27%는 오히려 증가했고, 35%는 변화 없음이었습니다. 즉 지역별 편차가 크지만 총량으로 보면 감소 추세가 우세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3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켈프숲의 40~60%가 이미 훼손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Mongabay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켈프숲 중 고강도 보호(IUCN I~III 등급)를 받는 면적은 고작 1.6%에 불과합니다. 총 15.9%가 어떠한 형태의 보호 구역 안에 들지만, 실효성 있는 보호는 극히 일부입니다.

수치로 보는 켈프숲

항목수치·내용출처
자이언트 켈프 최대 성장 속도하루 최대 60cm, 최대 키 45m 이상Scuba Diver Life / Biology Insights
전 세계 켈프숲 연간 감소율약 1.8%/년 (자료 있는 에코리전 38%에서 감소 확인)Krumhansl et al., PNAS 2016
훼손 비율 (UNEP)전 세계 켈프숲의 40~60% 훼손 상태UNEP 2023 보고서
캘리포니아 북부 켈프 감소2010년대 이후 95% 이상 소실 (bull kelp)NOAA Farallones / NASA Earth Observatory
태즈메이니아 켈프 감소20세기 이후 95% 이상 소실ScienceDirect / PNAS 2016
생태계 서비스 연간 가치약 4,650억~5,620억 달러Pessarrodona et al., Nature Communications 2023
연간 탄소 격리량약 491만 톤Nature Communications 2023
고강도 보호(IUCN I~III) 비율전 세계 켈프숲의 1.6%에 불과Mongabay / One Earth 2025

해달, 불가사리, 그리고 복원의 가능성

수면에 떠 있는 해달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해달 — 성게를 억제해 켈프숲을 되살리는 핵심 포식자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태학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해달이 성게를 억제해 켈프숲을 지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복원은 실제로 일어납니다. 1980년대 몬터레이 만에서 해달 개체군이 회복되자, 성게 밀도가 낮아지고 켈프숲이 재생되어 1차 생산성이 2~4배로 늘었습니다. 링코드, 록피시 같은 상업적 어류 자원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2025년 PNAS에 발표된 연구(USGS·CU Boulder)는 해달의 효과가 맥락에 따라 다름을 보여줍니다. 밴쿠버 섬 북부에서는 해달 유입 후 빠르게 성게가 줄고 켈프가 돌아왔지만, 캘리포니아 샌니콜라스 섬에서는 해달·성게·켈프가 중간 밀도에서 수년째 공존했습니다. 즉 해달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포식자 복원과 서식지 보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가사리 소모성 질병으로 거의 멸절됐던 선플라워 불가사리 복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2023년 PMC에 발표된 연구는 선플라워 불가사리가 켈프숲 회복에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수작업 성게 제거, 켈프 포자 재이식, 해양보호구역 확대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오올블루의 시선 — 켈프숲 다이빙은 특권이자 책임이다

캘리포니아 라호야, 몬터레이, 브리티시컬럼비아 밴쿠버 아일랜드 — 켈프숲 다이빙은 경험 많은 다이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버킷리스트입니다. 45m짜리 생명체 기둥 사이로 유영하고, 게을러 보이는 락피시가 곁을 스치고, 바다사자가 장난스럽게 발핀을 물고 달아나는 그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오올블루는 이 숲을 ‘다이빙 명소’로만 소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입수할 수 있는 켈프숲이 50년 후에도 거기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좋은 다이버는 닿지 않고, 꺾지 않으며, 기록합니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와서도 목소리를 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켈프숲 다이빙은 어디가 좋은가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만과 라호야(La Jolla),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밴쿠버 아일랜드, 뉴질랜드 피오르드랜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해역이 대표적입니다. 수온이 차갑고(10~17도) 시야 확보가 중요하므로 드라이수트 또는 두꺼운 웻수트와 함께 사전 장비 점검이 필수입니다.

켈프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자라나요?

자이언트 켈프(Macrocystis pyrifera)는 광합성 효율이 매우 높고, 줄기 끝에 위치한 성장점(meristoderm)이 지속적으로 분열합니다. 차가운 바닷속 영양염(질산염·인산염)이 풍부한 환경에서 하루 60cm까지 신장 성장이 가능합니다. 단, 수온이 18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영양염 공급이 차단되면 성장이 급격히 둔화됩니다.

성게를 다 없애면 켈프숲이 돌아오나요?

수작업 성게 제거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성게를 제거해도 수온이 높거나 영양염이 부족하면 켈프 포자가 착상하지 못합니다. 단일 해법보다 성게 제거 + 켈프 포자 이식 + 포식자 복원 + 수온 안정화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며,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도 켈프숲이 있나요?

한국의 다시마(Saccharina japonica)와 감태(Ecklonia cava)는 동해와 남해 일부 해역에서 숲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수온 상승과 성게·갯성게 증가로 한국 해역에서도 갯녹음(바다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해 수온은 지난 50년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국내 켈프숲 역시 위기 상황입니다.

켈프숲 속으로 — 지금 입수할 이유가 있습니다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탐험이자 기록의 방식으로 봅니다.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할 바다, 당신의 다음 수중 여정을 함께 시작하세요.

참고 자료

  • Krumhansl K.A. et al. (2016). Global patterns of kelp forest change over the past half-century. PNAS. pnas.org
  • Pessarrodona A. et al. (2023). The value of ecosystem services in global marine kelp forests. Nature Communications. nature.com
  • Moksnes P.O. et al. (2024). Kelp forests versus urchin barrens: a comparison of ecosystem functions and services. PMC/Frontiers. pmc.ncbi.nlm.nih.gov
  • USGS / CU Boulder (2025). Dynamic and context-dependent keystone species effects in kelp forests. PNAS. pnas.org
  • NOAA Greater Farallones National Marine Sanctuary. Kelp in Decline. farallones.noaa.gov
  • NASA Earth Observatory (2022). Monitoring the Collapse of Kelp Forests. earthobservatory.nasa.gov
  • Mongabay (2025). The world’s kelp needs help — less than 2% is highly protected. news.mongabay.com

※ 본 글은 공개된 학술 자료와 기관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교양 콘텐츠입니다. 해양 생태계 연구는 지역별·시기별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최신 연구로 수치가 갱신될 수 있습니다. 인용 논문의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MORE STORIES

다른 글도 살펴보세요

해양생물도감

리본일(리본장어·Rhinomuraena quaesita) 완벽 도감 — 파랑·노랑·검정, 한 몸에서 세 번 변신하는 곰치

리본일(리본장어)은 어릴 때 검은색, 수컷 시기 파란색·노란 주둥이, 암컷 시기 완전한 노란색으로 탈바꿈하는 성전환 곰치입니다. 모래 경사면 굴에 머리만 내밀고 생활하며, 특유의 꽃잎 모양 콧잎으로 먹이를 감지합니다. IUCN 관심대상(LC, 2022)이며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관찰 가능합니다.
2026.09.02
수중 침선 구조물을 탐험하는 다이버 — Photo by Marc Coenen via Pexels (무료 사용)
바다 이야기

오대호의 차가운 물이 160년 된 배를 지켜온 방법 — 담수 침선 보존의 과학

북미 오대호에는 공식 추산으로만 6,000~10,000척의 침선이 잠들어 있습니다. 차갑고 담수인 환경 덕분에 목조 선박이 100년 이상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며, 이 침선들은 19세기 미국·캐나다 산업화와 내륙 항로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수중 기록 보관소입니다.
2026.08.31
다이빙 이론·실전

나이트록스(EANx) 다이빙 완전 가이드 — NDL 연장과 산소독성 MOD

나이트록스(엔리치드 에어)는 질소를 줄여 무감압 한계 시간(NDL)을 늘리는 기체입니다. EAN32의 MOD는 1.4 bar 기준 33 m, EAN36은 28 m — 이 수치를 지키면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다이빙할 수 있습니다.
2026.09.01

당신의 다음 바다는 어디인가요?

기록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다시 새로운 바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