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결론부터. 제주 해녀(海女)는 산소 장비 없이 수심 10~20m 아래로 내려가 전복·소라·해삼을 채취해 온 제주도 여성 공동체입니다. 이 맨몸 잠수 문화는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습니다.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무형유산이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 약 14,143명에 달했던 해녀 인구는 오늘날 약 2,371명(2025년 말 기준)으로 줄었고, 7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63%를 차지합니다. 천 년의 숨비소리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면 위로 솟구치는 순간,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숨비소리’입니다. 숨을 참고 내려갔다 올라온 해녀가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내뿜으며 산소를 들이마시는 소리—이 소리가 제주 바다를 천 년 동안 지켜온 삶의 호흡입니다. 장비도, 산소통도 없이 하루 6~7시간, 한 번 잠수마다 1~3분을 버팁니다. 오직 단련된 몸과 불턱(공동 바람막이 쉼터)을 중심으로 이어온 공동체의 지혜만이 전부입니다.
해녀란 누구인가

해녀(海女)는 글자 그대로 ‘바다의 여성’입니다. 제주 방언으로는 잠녀(潛女) 또는 좀녀라고 불렸습니다. 현무암이 많고 토지가 척박한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여성들이 농사 대신 바다에서 생계를 잇기 시작한 것이 이 문화의 뿌리입니다. 문헌에 남은 기록은 1,500년 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제주 해녀박물관은 그 역사를 “천 년 이상”으로 기록합니다.
물질에는 엄격한 경험 위계가 있습니다. 초보 단계인 하군(下軍)부터 중간인 중군(中軍), 가장 깊이 잠수하는 숙련자 상군(上軍)까지—상군 해녀는 수심 20m 안팎까지 내려가며 후배들에게 물질 요령과 바다밭 위치를 전수합니다. 이 지식 전달은 교실이 아닌 불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불턱 — 불 옆에서 피어난 공동체

불턱은 해안가에 돌을 쌓아 만든 바람막이 공간입니다. 해녀들이 물질을 마친 뒤 몸을 녹이고, 도구를 손질하고, 경험을 나누는 곳이었습니다. 전성기에는 제주도 해안 마을마다 3~4개씩 있었고, 지금도 70여 곳이 남아 있습니다.
불턱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었습니다. 물질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구전으로 전수되는 살아있는 교육 공간이었고, 서로의 안전을 살피는 공동체 의결의 장이었습니다. 경험 많은 상군 해녀가 어디가 안전한 바다밭인지, 어떤 기상에서 물질을 피해야 하는지를 가르쳤습니다. 유네스코는 바로 이 공동체적 지식 전승 체계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숨비소리와 몸의 적응
숨비소리 — 삶의 호흡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터지는 ‘호오이 호오이’ 소리—이것이 숨비소리입니다.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폐 속의 이산화탄소를 순식간에 내보내고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는 정교한 호흡 기술입니다. 이 덕분에 해녀들은 수면에 잠깐 떠 있다가 곧 다시 잠수할 수 있습니다. UNESCO 문헌은 숨비소리를 “기억과 저항, 역경을 이겨낸 경험을 담은 비언어적 전달자”라고 묘사합니다.
타고난 것과 단련된 것
해녀의 몸은 과학의 관심 대상이기도 합니다. NCBI에 발표된 연구(2017)는 해녀들이 차가운 바다 반복 노출과 더불어 잠수에 유리한 생리적 적응을 보인다고 기록합니다. 유전과 수련이 함께 만들어낸 몸입니다.
도구와 방식
물질 도구는 최소한입니다. 물안경, 오리발, 납 벨트, 테왁(부력용 부표)과 망사리(채취물 담는 그물)가 전부입니다. 예전에는 무명으로 만든 물소중이를 입었고, 1970년대 이후 고무 잠수복이 보급됐습니다. 채취 대상은 전복·소라·성게·해삼·미역 등이며, 마을 어촌계가 정한 구역과 일수를 지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채취합니다. 일 년에 약 90일, 하루 최대 7시간이 물질에 쓰입니다.
저항의 역사 — 1932년 해녀 항일운동

해녀의 역사에는 생계만 있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12월부터 1932년 1월까지, 제주 해녀들은 일제의 어업 수탈에 맞서 궐기했습니다. 구좌읍 세화리 장날 시위를 시작으로, 약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 713명이 238회에 걸쳐 항거했습니다. 부춘화·김옥련·부덕량 등의 해녀 지도자들이 앞장선 이 운동은 일제강점기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 주도 항일운동이자, 1930년대 최대 규모의 민중 항쟁으로 기록됩니다.
수치로 보는 제주 해녀
| 항목 | 수치·내용 | 출처 |
|---|---|---|
| 유네스코 등재 시기 | 2016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제11차 정부간위원회) | UNESCO ICH |
| 해녀 인구 최성기 | 약 14,143명 (1970년) | 제주도 공식 통계 / Jeju Tourism |
| 현재 해녀 인구 | 약 2,371명 (2025년 말 기준) — 70세 이상 63% | 일간제주 / 제주일보 |
| 고령화 비율 | 50세 미만 4% · 70대 이상 63% (70대 45%, 80대 이상 18%) | 제주일보 2024 |
| 연간 신규 유입 | 27명 입문 vs. 157명 은퇴 (2023년 기준, 약 6배 격차) | 제주일보 |
| 1932년 항일운동 | 3개월간 연인원 1만 713명 · 238회 궐기 — 전국 유일 여성 주도 항일운동 | 제주항일기념관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
2016 유네스코 등재 — 그 의미와 이후

2016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는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습니다.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무형유산이었습니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것은 잠수 기술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공동체 내 지식 전달,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 친환경적 지속 가능한 채취 방식—이 세 가지가 등재의 핵심 근거였습니다.
해녀들은 어촌계를 통해 스스로 채취 구역과 시기를 정하고, 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해 왔습니다. 이는 현대 해양 보호 논의에서도 ‘공동체 기반 지속 가능 어업’의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고령화와 전승 — 사라지지 않으려는 숨비소리

유네스코 등재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 신규 입문자는 27명인 데 반해 은퇴 해녀는 157명으로 약 6배의 격차입니다. 제주도는 ‘해녀학교’를 운영하고 청년 해녀 지원 사업을 이어가지만, 수십 년에 걸쳐 쌓이는 물질 기술과 불턱의 공동체 문화를 짧은 교육과정으로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숨비소리는 기술만 배운다고 나오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올블루의 시선 — 숨 한 번에 담긴 천 년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기록과 탐험의 여정으로 바라봅니다. 그 여정에서 해녀 문화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장비 하나 없이 바다로 내려간다는 행위의 순수함, 공동체 안에서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 바다를 착취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태도—이것은 현대 스쿠버 다이빙이 오히려 해녀에게 배워야 할 것들입니다.
숨비소리 한 번에는 천 년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삶이 쌓인 소리입니다. 우리가 제주 바다를 찾을 때, 그 소리가 여전히 들린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기록하고, 알리고, 존중하는 것이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해녀는 스쿠버 장비 없이 얼마나 깊이 내려가나요?
일반적으로 수심 5~20m를 오가며, 숙련된 상군 해녀는 20m 안팎까지 잠수합니다. 한 번의 잠수에서 숨을 참는 시간은 1~3분이며, 수면 복귀 후 짧은 간격을 두고 다시 잠수합니다. 산소 장비 없이 이루어지는 프리다이빙 방식입니다.
숨비소리는 왜 해녀들만 내는 특별한 소리인가요?
숨비소리는 폐 속의 이산화탄소를 순간적으로 내뿜고 산소를 빠르게 들이마시는 정교한 호흡 기법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이 기술 덕분에 해녀들은 수면 회복 시간을 최소화하고 바로 다시 잠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숨 쉬는 소리’가 아니라, 수백 년간 전수된 신체 기술의 산물입니다.
해녀 문화가 왜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됐나요?
유네스코가 주목한 것은 잠수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불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지식 전승, 여성 중심의 경제적·사회적 역할, 그리고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채취 방식이 복합적으로 평가됐습니다. 2016년 11월,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해녀 문화를 직접 경험하거나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제주도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구좌읍 하도리)을 방문하면 해녀 역사, 불턱, 물질 도구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는 ‘숨비소리길’이라는 해안 산책로도 있습니다. 일부 어촌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물질 시연을 직접 관람하거나 해녀와 대화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바다의 기억을 함께 기록합니다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탐험이자 기억의 방식으로 봅니다. 당신의 다음 수중 이야기를 함께 시작하세요.
참고 자료
- UNESCO ICH. Culture of Jeju Haenyeo (women divers).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2016. ich.unesco.org
- UNESCO. The haenyeo: guardians of Jeju’s coastal legacy. unesco.org
- 제주일보. 「제주시, 해녀 해마다 감소…70대 이상 절반 넘어」. jejunews.com
- 일간제주. 「제주 바다 지키는 해녀 2,371명…지원 강화로 전통 이어간다」. ilganjeju.com
- 제주항일기념관. 「해녀항일운동」. jeju.go.kr
- Anbäcken E-M & Hyun J. (2017). Cold adaptation, aging, and Korean women divers haenyeo. PMC / NCBI. ncbi.nlm.nih.gov
- Jeju Haenyeo — Google Arts & Culture / 제주해녀박물관. artsandculture.google.com
※ 본 글은 정보·교양 목적의 콘텐츠이며, 실제 프리다이빙·물질 체험은 반드시 해당 지역의 규정과 안전 지침을 따르고 전문 지도자의 안내 아래 진행해야 합니다.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보호되며, 문화·자연 유산 훼손 행위는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