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우족 — 평생 바다에서 사는 ‘바다 집시’의 잠수

2026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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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바다 위 수상 가옥과 배 — 바자우 해상 민족의 삶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동남아 바자우족은 바다 위 수상 가옥과 배를 집 삼아 대대로 살아왔다 · 대표 이미지 · Photo via Pexels

결론부터. 동남아시아의 바자우(Bajau)족은 수천 년 동안 바다 위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바다 위에서 죽어온 해상 민족입니다. 이들은 맨몸으로 수심 20~60m까지 잠수해 물고기와 해삼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며, 하루 작업 시간의 약 60%를 물속에서 보냅니다. 2018년 국제학술지 Cell에 발표된 연구는 이들의 비장(脾臟)이 주변 육지 민족보다 약 50% 더 크다는 사실을 유전학적으로 규명했습니다. 수천 년의 잠수 생활이 DNA에 새겨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신체 적응의 이면에는 국적 없이 바다 위를 떠도는 무국적·강제 정착의 현실이 겹쳐 있습니다.

수면 아래로 3m만 내려가도 폐가 조여드는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특별한 장비 없이 20m, 때로는 60m까지 내려가 물속에서 수 분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바다를 오가며 사는 바자우족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류가 바다와 얼마나 깊이 공진화(共進化)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이버라면 꼭 알아야 할 수중 유산입니다.

바자우족은 누구인가

바자우족은 술루 군도를 기원으로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해역에 100만 명 안팎이 거주하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바자우(Bajau), 혹은 사마-바자우(Sama-Bajau)는 필리핀 남부 술루 군도를 원점으로 수천 킬로미터에 걸친 해역에 퍼져 사는 민족입니다. 언어학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조상은 서기 1세기 초 무렵 술루 북동부에서 출발해 보르네오 동부 해안을 거쳐 술라웨시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날에는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해역에 걸쳐 100만 명 안팎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학자마다 50만~110만 명으로 편차가 있습니다).

‘바다 집시(Sea Gypsies)’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불편한 명칭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정체성은 유랑이 아니라 바다 자체와의 깊은 관계에 있습니다. 집은 배(레파, lepa) 위이거나, 얕은 연안에 말뚝을 박아 지은 수상 가옥입니다. 아이들은 배 위에서 태어나고, 노인들은 배 위에서 숨을 거둡니다. 바다가 곧 고향입니다.

맨몸으로 60m를 — 전통 잠수 조업의 현장

맨몸으로 깊은 바다를 잠수하는 프리다이버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바자우 다이버는 나무 작살 하나로 수심 20m 이상을 일상적으로 오가며 하루 작업 시간의 60퍼센트를 물속에서 보낸다

바자우족의 잠수는 생계의 핵심입니다. 아이들은 여섯 살 무렵부터 부모 옆에서 물속 생활을 배우고, 성인이 되면 하루 8시간씩 물속을 들락날락하며 물고기·문어·해삼·랍스터 등을 채집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잠수에 평균 약 28초를 물속에서 보내고 수면 휴식은 19초에 불과할 정도로 집약적입니다.

도구는 단순합니다. 나무 작살 하나와 수백 년이 이어진 몸의 기억. 숙련된 다이버는 수심 20m 이상을 일상적으로 넘나들고, 60m(196ft)까지 내려갔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수 분에 달하는 숨 참기가 보고되지만, 개인차가 크고 공식 측정값이 제한적이어서 “최대 60m”는 범위로 이해해야 합니다.

2018년 Cell 연구 — DNA에 새겨진 잠수 진화

유전자 연구 과학 실험실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2018년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바자우족의 유전자 변이가 더 큰 비장을 만들어낸다는 인류 최초의 잠수 유전 적응 증거를 발표했다

2018년 4월, 코펜하겐 대학의 멜리사 일라도(Melissa Ilardo)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Cell에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해상 유목민의 생리·유전적 잠수 적응(Physiological and Genetic Adaptations to Diving in Sea Nomads)”이었습니다.

비장(脾臟) — 몸속의 산소 탱크

연구팀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한 핵심 사실은 바자우족의 비장이 인근 육지 거주 민족(살루안족)보다 약 50% 더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장은 면역 기관이기도 하지만, 다이빙 생리학에서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물속에 잠기면 포유류 잠수 반응(mammalian dive reflex)가 작동하면서 비장이 수축하고, 여기에 저장되어 있던 산소가 풍부한 적혈구를 혈류로 방출합니다. 비장이 클수록 더 많은 적혈구를 내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오래,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습니다. 바자우족의 큰 비장은 곧 몸속에 내장된 산소 탱크인 셈입니다.

PDE10A 유전자 — 유전적 선택의 증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비장 크기가 훈련이 아닌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바자우족에게서 PDE10A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강하게 선택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비교 대상인 살루안족(인근 육지 거주 민족)에서는 이 변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잠수 반응의 강도를 조절하는 BDKRB2 유전자에서도 바자우족 특이적 선택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인류에서 잠수 관련 유전적 적응이 확인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수치로 보는 바자우족의 바다 생활

항목수치·내용출처
비장 크기 차이바자우족이 인근 육지 민족(살루안족)보다 약 50% 더 큼Ilardo et al., Cell 2018
일일 수중 작업 비율하루 작업 시간의 약 60%를 물속에서 보냄ResearchGate, 아마·바자우 잠수 비교 연구
잠수 수심일상적으로 20m 이상, 숙련자는 60m(196ft)까지 보고Sabah Guide / Max Spearfishing
평균 잠수 시간1회 잠수 약 28초, 수면 휴식 약 19초 (집약적 순환)ResearchGate, 아마·바자우 잠수 비교 연구
무국적(말레이시아 사바 주)약 2만 8,000명 중 78%가 서류 미등록 추산Jurnal Kinabalu / The Diplomat 2024
유전적 적응 선택 유전자PDE10A(비장 크기), BDKRB2(잠수 반응) — 인류 최초 확인Ilardo et al., Cell 2018

국적 없는 바다 — 무국적과 강제 정착의 현실

바다 위 어촌 공동체의 일상 — Photo via Pexels (pexels.com), Free to use
말레이시아 사바 주 바자우 라우트의 약 78퍼센트가 서류 미등록 무국적자로, 수천 년의 바다 생활이 하루아침에 법적 회색지대가 됐다

바자우족을 둘러싼 또 다른 이야기는 훨씬 아프고 현재진행형입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사이 해역을 오가며 살아온 이들의 상당수는 어느 국가의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무국적자(stateless)입니다. 바다 위에서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고, 국경 개념 자체가 낯선 삶을 살아온 탓입니다.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만 약 2만 8,000명의 바자우 라우트(Bajau Laut)가 살며 이 중 약 78%가 서류 미등록 상태라는 추산이 있습니다. 무국적자는 학교·병원·합법 취업이 모두 막힙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로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육지 정착을 시도해도 국적이 없으면 법적 회색지대입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당국이 수상 가옥을 강제 철거해 바자우족을 내몰기도 했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바다 생활이 하루아침에 ‘불법 점거’가 되는 아이러니입니다.

오올블루의 시선 — 가장 오래된 다이버들에게 배우다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기록과 탐험의 여정으로 봅니다. 그 여정에서 바자우족은 우리가 가진 모든 장비보다 오래된 스승입니다. BCD도 레귤레이터도 없이 수천 년 동안 바다와 공존해온 이들의 몸은, 인류가 바다에 얼마나 깊이 적응할 수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경이로움 앞에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들의 전통 잠수 방식이 보존되고 연구되는 동안, 정작 이들 자신은 국적 없이, 어장을 잃어가며, 그리고 때로는 삶의 터전마저 빼앗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이빙 커뮤니티가 바자우족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그들의 ‘처우’에는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일 수 있습니다. 바자우족을 이야기할 때, 비장 크기와 함께 그들의 법적 현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바자우족은 정말로 맨몸으로 60m까지 내려갈 수 있나요?

60m는 숙련된 다이버 사이에서 전해지는 보고이며, 모든 바자우 다이버가 이 수심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으로는 20m 이상을 잠수하고, 공식 측정값은 제한적이어서 “최대 60m”는 범위로 이해하는 것이 정직합니다.

비장이 크면 수중 능력이 향상되나요? 나도 훈련하면 될까요?

비장은 잠수 시 산소를 저장했다가 혈류로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프리다이빙 훈련으로 비장 반응이 개선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바자우족의 큰 비장은 훈련이 아닌 유전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DNA 수준의 차이를 훈련만으로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바자우족의 전통 잠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나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어장이 줄고 젊은 세대가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2015년 다큐멘터리 Jago: A Life Underwater는 이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는 현장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바다의 역사를 기록하는 여정

오올블루는 다이빙을 탐험이자 기억의 방식으로 봅니다. 당신의 다음 수중 이야기를 함께 시작하세요.

참고 자료

  • Ilardo M et al. (2018). Physiological and Genetic Adaptations to Diving in Sea Nomads. Cell, 173(3), 569–580. cell.com
  • UC Berkeley News (2018). Enlarged spleen key to diving endurance of ‘sea nomads’. news.berkeley.edu
  • National Geographic (2018). Larger Spleens Help Bajau “Sea Nomads” Dive. nationalgeographic.com
  • CNN (2018). DNA helps the freediving Bajau sea nomads dive deep on one breath. edition.cnn.com
  • The Diplomat (2024). Malaysia’s Sea Nomads: Trapped Between Southeast Asia’s High and Low Politics. thediplomat.com
  • Malaysiakini. Bajau Laut: Once sea nomads, now stateless. malaysiakini.com
  • Wikipedia. Jago: A Life Underwater. en.wikipedia.org

※ 본 글은 정보·교양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실제 프리다이빙은 반드시 공인된 교육 기관의 자격 과정과 전문 강사의 안내 아래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바자우족을 포함한 해상 민족의 문화·생활 방식은 당사자의 허가 없이 촬영·기록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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